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 기억에 남을 만큼 큰 일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크게 감동받을 만한 장면도 없었다. 그런데 하루를 정리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 장면들은 모두 아주 사소하고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소함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덜 거칠게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 작은 친절 들을 일기처럼 차분하게 적어두려고 한다. 의미를 크게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남겨본다.

1. 하루 동안 만난 작은 친절 기록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루는 이미 여러 사람의 말로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타라는 한마디 편의점 계산대에서 건 진 좋은 하루 되세요 라는 말 이 말들은 특별히 기억하려 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리는 말들이다. 실제로 그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인사를 돌려주고 바로 다음 생각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떠올려보니 그 말들이 없었다면 아침이 조금 더 건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친해질 일도 없고 다시 볼 사이도 아닐 수 있지만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무언가를 부탁했을 때 귀찮은 기색 없이 네 괜찮아요 라고 답해준 순간이었다. 그 말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이 잠시 내 상황을 받아들였다는 느낌을 줬다. 이런 말들은 의도적으로 친절하려고 준비한 말이 아니라
그저 습관처럼 나온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친절 로 남는다.
2. 말없이 이어진 행동 속의 배려
오늘 하루 동안 말없이 이어진 행동들도 여러 번 있었다. 문을 잡아주는 손 조금 비켜난 자리 혼잡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된 동선 그 행동들은 누가 누구를 도와줬다고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 순간에는 고맙다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행동 하나하나가 없었다면 하루는 조금 더 불편했을 것이다. 잠깐 멈추거나 한 번 더 신경 써야 했거나 괜히 마음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친절은 대단한 결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황을 조금만 살펴본 결과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자연스럽겠다”라는 선택에 가깝다. 말이 없는 대신 행동으로 이어진 배려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하루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런 행동들이 더 오래 남는다. 하루가 끝나고 나서야 떠오른 장면들 이상한 건 그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하루가 끝나갈 무렵 하나씩 떠오른다는 점이다. 집에 돌아와 오늘 하루를 정리하려고 앉아 있으니 낮에 있었던 작은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누군가 먼저 비켜주던 모습 별말 없이 도와주던 손짓 당연한 듯 건네진 배려 그때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하루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작은 친절은 하루를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감동적인 여운을 남기지도 않는다. 대신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도록 조용히 바닥을 받쳐준다. 그래서 친절은 그 순간보다 나중에 더 또렷해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생각보다 괜찮았네 라고 느끼게 되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대개 이런 작은 장면들에 닿는다
3. 오늘을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느낀 건 친절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이미 충분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너무 작아서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뿐이다. 오늘 만난 작은 친절들은 기억해 두지 않아도 될 만큼 사소했지만 이렇게 적어보니 하루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게 분명해진다. 아마 내일도 비슷한 하루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하루 속에서도 또 다른 작은 친절들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것이다. 오늘은 그걸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기록한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