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요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붙잡던 물건들

요즘 집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한 감정은 아깝다 보다 불안하다였다 언젠가 쓸지도 몰라서 비싸게 샀으니까 버리면 손해일 것 같아서 다시 사기 싫어서 같은 이유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그 물건들은 나의 삶을 편하게 해주기보다 나를 붙잡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랍 안에 가득 찬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입지 않는 옷 예전에 필요했던 서류들 그 모든 것들은 과거의 나를 증명하는 흔적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 역할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비워진 공간을 보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면서 깨달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나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건의 양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라는 사실을 말이다
2.나를 지치게 하던 생각의 패턴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도 함께 정리되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 내가 의식적으로 버리고 있는 것은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참고 견뎌야 한다는 오래된 신념이다 예전의 나는 불편해도 웃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결국 나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요즘은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관계에서 이해받을 필요는 없고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완벽해야 사랑받는다는 생각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그 대신 솔직한 내가 되는 쪽을 선택한다 생각을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생각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예전에는 자동으로 떠올랐던 생각들이 이제는 한 번쯤 멈춰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생각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아니면 그냥 오래된 습관인가라고 말이다
3. 무의식처럼 반복하던 생활 습관들
물건과 생각을 비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일상의 리듬이다 의미 없이 휴대폰을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습관 잠들기 직전까지 자극적인 정보를 보는 습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스트레스 때문에 먹던 습관 이런 것들도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완전히 끊었다기보다는 알아차리고 선택하려고 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요즘은 하루를 시작할 때 아주 짧게라도 나의 상태를 확인한다 몸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 오늘 무엇이 필요할지 묻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하루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는 습관이 나를 끌고 갔다면 지금은 내가 습관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버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에게 맞는 것을 들이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요즘 내가 버리고 있는 것들은 사실 모두 나를 지키기 위해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붙잡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는 것을 비워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비운 자리에서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내려놓는다 물건도 생각도 습관도 그리고 그만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