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뜨지 않은 아침이 더 특별했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달력에 적혀 있었지만 아침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거리에는 분명 장식과 불빛이 남아 있었지만 집 안의 공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한동안 이불 속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예전에는 이 날이 오기 전부터 괜히 마음이 분주해졌는데 올해의 나는 그런 설렘보다 차분함이 먼저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겨울 햇빛이 방 안을 천천히 밝히는 모습을 보며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라는 걸 스스로 허락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처럼 느껴졌고 오늘만큼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흘러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평소보다 느리게 아침을 준비하면서도 자꾸만 현재에 집중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깨달음이 오늘 하루의 시작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2. 혼자여서 더 온전했던 시간들
낮 동안에는 크리스마스 특유의 소란과는 거리를 둔 채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서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의 약속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나는 일부러 그 흐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기보다는 오히려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따로 꾸미지 않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안정되었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캐럴 소리가 배경처럼 느껴졌다 크리스마스에 꼭 특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모두 저마다의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외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하루였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는 하루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3. 조용한 하루 끝에 남은 따뜻함
해가 지고 크리스마스의 밤이 찾아왔을 때 하루를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대단한 이벤트도 없었고 사진으로 남길 장면도 없었지만 마음만큼은 유난히 안정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를 통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분명해진 것 같았다 특별한 날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자신감처럼 느껴졌고 이런 날들이 쌓이면 앞으로의 시간도 덜 흔들리게 보내게 될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는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와 함께 보내는 하루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거리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내 마음은 그보다 더 조용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의 크리스마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고 스스로에게 잘 보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사실은 가장 필요한 선물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